NP 유형은 어떻게 게으름뱅이가 되고 마는걸까

ENFP인 내가 시작했다가 아예 시작한 사실 조차 잊어버린 일을 세면 손가락이 서른 마흔 다섯 개라도 부족하다. 그만큼 ENFP는 시작한 일을 끝맺지 못하는 유형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뿐만 아니라 대체로 NP유형이 비슷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듯 하다. 이러한 특징은 그저 웃어 넘기기엔 삶에 너무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금연이나 취업준비, 시험공부 같은 인생 전체를 통틀어 영향을 주는 일에도 NP들은 얼마든지 게으름을 피울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홀로서기를 뒤로 미룰 수 없는 20대 중반의 ENFP인 내가 이 지독한 단점을 고치기 위해 나름대로 관찰이라는 걸 해봤다. 대체 NP들은 어떻게 게으름뱅이가 되는지 이 문제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글로 적어본다.

첫번째, NP들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른 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심할 경우 1년 이상 걸릴 수 있는데 그럼 그 기간 동안 무엇을 하느냐. 머릿 속으로 시작부터 완료까지 완벽하게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어느 시점에 무엇이 필요한지 철저한 자료수집까지 병행한다. 때문에 NP들은 실제로 그 분야에 뛰어들어 배우는 사람보다 지식이 더 많을 때도 많다. 이렇듯 머리 속으로는 시작부터 은퇴까지 오백번은 더 하지만 실제 행동은 한 번도 어렵다.

두번째, 어렵게 행동으로 옮겼더라도 이들의 시작은 다른 유형보다 쉽지 않다.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돌렸더라도 사람은 원래 곧 죽어도 자기 편이라 내가 맞닥뜨려야할 모든 문제를 상상에 반영하진 않는다. 특히 SJ들에겐 우습지도 않은 사소한 문제를 아무리 낑낑대도 해결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가장 많이 생략했을 것이다. 현실에선 사소하지만 골치 아픈 일들이 주로 초반에 득시글대는 경우가 많고 NP들은 타고나기를 사소하고 반복되는 일에 약하기 때문에 시작부터 열등생이 될 확률이 높다.

 

 

 

 

세번째, 자존감 하락으로 인한 의욕 상실. 분명 머릿 속으로는 어려운 일들을 척척 해결했는데 이런 쉬운 일도 해내지 못하다니 자신이 형편없는 재능을 가졌구나 좌절하고 쉽게 포기해버린다. 그런 다음 그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 다른 일을 도전하겠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로 떠나버린다. 하지만 새로운 영감이 시작되어도 첫번째 순서부터 똑같은 과정이 다시 되풀이 될 뿐이다. 그래서 NP들은 뭔가 열심히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된 건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 게으름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전형적인 루틴이다.

때문에 NP들이 어떤 일을 끝까지 해내려면 반대로 시작에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그들 대부분은 중간과정보다 시작과정에서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일단 아이디어 단계에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로 만들어야한다. 상상은 한 번도 안하면 좋고 정 그게 좋다면 한 번만 해야한다. 만약 3번까지 했으면 당장 시작해야한다. 시뮬레이션이 계속 될 수록 그에 따른 지식도 많아지고 지식에 비례해 자신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그러면 시작단계에서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질 확률도 높아진다.

또 한가지 유념해야할 것은 NP들의 능력은 숙련도가 아니라 응용력이라는 것이다. 아마 NP들은 아무리 한 분야에 오랫동안 시간을 쏟아부어도 사소한 부분에서 잔실수를 많이 할 것이다. 그들은 SJ처럼 어떤 한 업무에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선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기존의 기술을 충분히 숙련할 것을 요구한다. NP들은 이 시기 동안 마음을 비우고 도를 닦는 느낌으로 잘 견뎌야한다. 어찌됐든 SJ만큼은 아니겠지만 어느정도는 숙련도가 올라가게 되어있고 그때 드디어 NP들이 타고난 창의력을 이용해서 이런 저런 새로운 응용을 할 수 있게 될테니까.

그리고 덧붙일 것은 내가 열심히 했다는 증거를 남기는데 너무 무관심하지 말길 바란다. 자격증, 수료증 이런 것들에 너무 의미를 두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는 하지만 때론 그것들이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하니까 마음을 열어보자. 애써서 했는데 그랬단 증거가 없어서 강제로 게으름뱅이로 찍히는 일은 막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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