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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x 과몰입

내가 만났던 최악의 ENTP 사장


올해 초 ENFP인 내가 보조교사로 들어간 영어학원은 목동에서 학원을 하시던 ENTP 원장님이 지방에 내려와 새로이 오픈한 곳이었다. 그 분은 MBTI에도 관심이 많으셨고 수업에 이용할 수 있는 첨단장비에도 관심이 많으셨다. 사실 그 분은 거의 모든 분야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었고 나중에 보니 그걸 마치 전문지식인양 포장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다. 하지만 조금 그러면 어떤가 원래 그런게 인간인데. 이 정도까지만 했다면 내가 이런 글을 적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분은 정말이지 ENTP의 단점을 다 모아둔 분이었다.

일단 ENTP 사장님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뛰어난 꼴을 못보는 스타일이었다. 다른 직원이 어떤 이야기를 꺼내면 '그게 아니라 내가 목동에 있을 때는...'으로 시작해서 금새 그 이야기를 가로채 다른 직원이 했던 말을 살짝만 바꾸어 다시 이야기하고는 자기만 아는 지식인냥 다른 직원들을 무시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 그것까지도 이해하겠는데 왜 굳이 '그건 네가 잘못해서 그래', '뭘 몰라서 그래' 라며 이야기 꺼낸 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냔 말이다. 그렇게까지 해서 자기가 잘나야 되는 이유가 대체 뭐람.

 

또한 그 분은 자기 잘난 척을 직원들과의 비전 공유, 의사소통으로 착각하는 분이었다. 앞으로 자신이 뭘하고싶은지, 뭘할건지 보이지도 않는 미래 이야기를 매일 화장실도 안보내고 두 시간 넘게 혼자 떠들어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당장 내일 업무 스케줄, 업무 내용, 계약 사항, 급여 조건 같은 것은 그 때 가서 보자며 항상 코 앞에 닥쳐서 알려주곤 했다. 그마저도 지시사항이나 설명이 모호하고 장황하기 그지없어서 한 번 할 일을 두 세번 하게 만드는 일이 허다했다.

그 분이 무시하는 대상은 직원들 뿐만이 아니라 어린 학생들도 포함됐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들에게 경쟁의식이라도 느끼는지 자신의 영어실력을 과시하면서 아이들의 기를 죽여놓고 기세등등해 했었다. 더 안타까운 건 그 분의 영어실력이 딱 그 정도였다는 것이다. 영국인 원어민 선생님 앞에서는 전혀 기를 못펴다가 열살 짜리 꼬마들 앞에서 으시대는 딱 그 수준.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 진작 그 학원을 그만뒀다. 난 빨리 그만둔 편이었는데 원장이 특히 나를 싫어했기 때문이다. 사장이 직원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그 분은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직원인 나에게 묘한 경쟁의식을 느끼고는 어떻게든 나를 찍어 눌러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ENFP와 ENTP는 생각보다 많이 닮았다. 내 생각엔 형제, 쌍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내가 그 분의 캐릭터를 다 파악하지 못했을 때, 어리석게도 그런 점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 난 사장님과 여러모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반가워서 '저도요!' 하면서 한 두 마디씩 내가 아는 지식들을 공유하곤 했는데 그 분은 겉으로 쿨한 척 했지만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아마 건강한 ENTP였다면 우린 절친이 됐겠지만...

물론 다른 직원들도 그런 적이 많다. 그러나 특히 나를 싫어했던 이유는 또 있다. 그 분과 나는 관심사가 많이 비슷 아니 똑같았는데 나는 순전히 재미와 호기심 충족이 목적이었다면 그 분은 자신의 원대한 비전을 이루는게 목적이었다. 목적의식에도 급이 있다면 자신이 더 높은 급인데 저 철없는 멍멍이같은 자식이 나와 똑같은 수준의 지식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게 그 분은 용서가 안되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자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스펙도 낮은 자식이 말이다. 그 분의 엘리트 의식은 그만큼 심했다. 난 멍청하게 그것도 모르고 여러사람이 모여서 다양한 문화 이야기를 하니 즐거워서 곧잘 사람들을 웃기고 종종 분위기를 내것으로 가져오곤 했는데 그건 그 분이 주목받아야될 쇼의 스포트라이트를 하찮은 내가 빼앗는 무엄한 짓으로 그 분의 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결국 난 학생들 앞에서 그 분에게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고나서 학원을 떠났다. 정말 다신 마주치고싶지않다. 앞으로는 건강한 ENTP만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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