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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x 과몰입

'사이코지만 괜찮아' 상태, 강태 형제로 보는 ENFP와 INFP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는 커플은 아니지만 커플보다 가까운 사이인 문강태, 문상태 형제가 있다. 상태는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어 성격 파악이 까다롭지만 내 경험상 자폐인들에게도 각자 다른 성격이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상태의 MBTI는 ENFP로 추정된다. 반면 동생인 강태는 INFP로 추정되는데 이 형제를 살펴보며 ENFP와 INFP의 관계성을 밝혀보자.

나만 믿으라는 ENFP와 걱정하는 INFP


극중에서 상태가 강태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형만 믿어 형만' 강태는 상태에게 그 말을 들을 때 마다 어쩐지 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건 형에게 감동해서 이기도 하고 마냥 그럴 수 만은 없어서 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장면이 ENFP와 INFP의 관계성을 정말 잘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필자는 ENFP이고 필자의 최측근은 INFP인데 우리의 관계 또한 항상 이런식이다. 용감한 꼬맹이와 겁쟁이 어른.

겁쟁이 어른인 INFP는 겁없는 꼬맹이 ENFP가 하는 일을 항상 유심히 관찰한다. 아마 ENFP 자신보다 INFP가 ENFP를 더 많이 관찰할지도 모른다. 그리곤 언제나 어린애를 타이르듯 친절하고 인내심있게 ENFP를 조심시킨다. ENFP는 엄청 재밌는 모험이 그냥 재밌는 모험이 되었다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INFP에 대한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큰 이의제기 없이 금방 수긍한다.

이건 ENFP와 INFP 둘 다에게 엄청난 일이다. 일단 INFP는 자신의 내면에 온 신경이 쏠려있기 때문에 미처 타인을 보살필 여유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INFP가 ENFP를 관찰하고 보살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대단한 일이다. 반면에 ENFP는 INFP만큼 심지가 곧다. 누가 자신한테 걱정으로라도 이래라 저래라하면 웃으며 욕을 해줄 스타일이다. 마찬가지로 극중에서도 문상태는 '자기 일은 자기가' '문상태는 문상태꺼'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자폐인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시도로부터 자신을 확실히 보호하려는 상태의 성격적 특징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도 ENFP가 INFP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는 이유는 강태가 상태에게 그렇듯 INFP 자신도 누군가에게 주도권을 침해당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을 경험삼아 ENFP의 주도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유도하는 법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ENFP는 언제나 INFP에게 말한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넌 나만 믿어'  아마 대부분의 INFP는 강태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ENFP가 자신을 지켜줄거라고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INFP에게 ENFP는 자신이 보살펴주지 않으면 금방 어디론가 튈지 모르는 귀여운 골칫덩어리니까. 하지만 사람에 있어서는 좀처럼 틀리는 법이 없는 INFP를 아주 세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존재 또한 ENFP다. 또 그래서 무섭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해맑은 얼굴로 사람을 놀래키기 때문이다.

사실 ENFP는 말실수를 자주 하긴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말을 하진 않는다. 특히 사람 사이의 신뢰를 거는 말을 할 때는 더더욱 신중하다. 때문에 ENFP가 누군가를 지켜준다느니 나만 믿으라느니 그런 말을 할 때는 절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ENFP는 INFP만큼이나 이상주의자다. 다른 점이 있다면 INFP는 비관적인 이상주의자고 ENFP는 긍정적인 이상주의자라는 점이다. ENFP는 자신이 상대방을 지켜주기 어렵다는걸 알아도 그리고 자신이 상대방을 지켜줄 수 있게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단 걸 알아도 최선을 다해서 언젠가 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로 그런 약속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INFP는 같은 이상주의여도 꽤나 겁쟁이기 때문에 결국엔 이상을 그저 자신만의 이상으로 남겨놓는 경우가 많다. 그걸 이뤄야겠다 생각하면 자신이 받는 상처도 상처지만 자신 때문에 타인까지 힘들어하는 걸 보기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INFP는 평생 이상을 이루지 못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통받는 햄릿일 수 밖에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ENFP라는 돈키호테가 나타나 자신의 이상을 멋지게 실현해주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지켜준다고 했잖아 나만 믿으라니깐'

실제로 극에 말미에서 상태는 강태가 영원히 불가능할거라고 생각했던 일을 해낸다. 그로인해 상태와 강태 모두가 행복해진다. 이렇듯 ENFP와 INFP는 비슷하지만 다르고 또 다르지만 비슷하다. 그래서 서로가 필요하고 서로가 있기에 발전한다. 이러니 어떻게 이들 조합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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